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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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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 서로의 레퍼런스가 된 여성들의 탈직장 연대기

동아시아

이슬기.서현주 지음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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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b>여초 직업 서사의 기원과 진실을 사회구조 차원에서 집요하게 밝히다!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작가) - 김희경([에이징 솔로]저자) 추천

지금까지 여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선택’했을까? 사회/젠더 전문 기자 이슬기와 교사 출신 작가이자 성교육 활동가 서현주가 여자들이 갖기 좋은 직업의 세계에 진입하였다가 알을 깨고 나간 여성들의 경로를 연구한 다학제적 결실을 내놓는다. 이들 연구의 스펙트럼은 유년 시절 교실 뒤에 붙어 있던 직업 포도송이로 거슬러 올라가 2023년 가을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여성 종사자가 남성 종사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여초 직업이라 일컬어져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 직군에서 왜 여성들이 많이 일하게 되는지 진로 선택 단계부터 가해져 온 억압의 기원을 파헤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여자가 갖기 좋은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포장되어 온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가 진정으로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었는지를 과거와 현재에서 서로 공명하는 퇴직/재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끈질기게 추적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서현주는 당사자로서 교직 생태계의 부조리를 폭로한다. 한편, 9년 동안 (서울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지면에서 사회문화의 경계와 여성주의 혁신을 탐사해 온 이슬기 기자가 교사 자살과 태움 등 여초 직군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유인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 차원에서 찾는다. 두 저자는 교권 보호 4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폐기 사태, 유보통합 등의 법안 동향 분석과 향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개선안까지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에 녹여 냈다.

<b>진로 선택에서 퇴직까지 여성의 전 생애에 도사린 돌봄의 의무와 사회적 기대
여초 직장인의 A to Z를 치밀하게 연구해 기록한 본격 여초 직업 르포르타주

저자들은 당사자성에서 출발해 주된 학업 성취와 진로 선택이 이뤄지는 청소년기에 유독 ‘교사’와 ‘간호사’가 추천되었던 사회적 분위기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IMF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로 고용불안의 강한 영향력 아래 성장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생 여성들은 교사 혹은 간호사의 직업적 가치가 가장 높았던 교실에서 직업적 안정성을 위시하여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방학과 유급 휴직이 보장되는 교사와,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으로 재취업이 용이한 간호사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주로 여성이 겪는 경력 단절에서 자유로운 직종이었다.
또한 이슬기 저자는 클라우디아 골딘의 연구를 통해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부부 사이에서도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와 승진에서 누적된 격차가 생기는 현실을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가정과 인터뷰이들의 사례를 비춰보며 한국에서의 특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가정 내에서 기혼 여성에게 작용한 핸디캡뿐 아니라 미혼 여성인 ‘딸’에게 가해졌던 과도한 사회적 기대다. 직장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들은 유독 남편보다 가정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온콜on-call’ 상태가 요구되는데, 딸들 역시 그랬던 것이다. 게다가 딸들은 그들의 남자 형제였던 아들들에 비해 재수 입시 기회와 교육비 등 생애 주기에서 가장 주요하게 지원받아야 했던 경제적 자원은 물론, 부모의 지지나 격려와 같은 긍정적인 환경을 포괄하는 정서적 자원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상한선을 제한당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화되는데, 지방 여성들의 경우 입결이 더 높은 곳에 합격했음에도 출생지가 아닌 타 도시 소재의 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진학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타 도시 소재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모의 압력으로 거주지에서 가까운 대학을 택해 보육교사로 진로가 좁혀진 수정의 사례는 많은 지방 여성들이 가장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다른 일을 꿈꿨고, 잘하는 것이 많았음에도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을 선택한 인터뷰이들의 입을 통해 증명된 이른바 ‘가성비’ 서사도 놀랍다. 그렇게 가성비를 따져 여초 직장으로 진입한 이들이 일터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부여받아야만 했다. 여초 직군 여성들의 연결되는 미시사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방송작가는 여성 비율이 94.6%에 달하는 ‘여초의 세계’다. 인터뷰이 한별과 승희, 현제는 작가가 가족 구성원처럼 젠더화된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방송 현장을 떠올린다. 학교에서도 여성들은 교사의 수많은 업무 중 ‘돌봄’의 의무를 전담하고 있다. 돌봄의 손길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에 젊은 여성 교사들이 배정되는데, 이에는 엄마 역할에 대한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다. 용변 후 뒤처리, 급식 지도, 머리 묶어주기 같은 보살핌부터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교실 행정 업무도 여교사들 몫이다. 이는 학교폭력이나 과학 및 정보, 체육 교과 관련 업무를 남성 교사가 담당하는 현실의 레이어를 겹쳐 살펴볼 때 교사 개인의 성향이나 역량에 관계없이 젠더에 따라 업무분장이 이뤄지는 학교의 실상을 알 수 있다. 가정에서 딸이나 아내의 역할을 수행해 온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돌봄의 의무를 이행하며 이중적인 억압을 감당해 나갔다.

<b>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교사 의원면직에서 간호사 태움까지-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일을 말하다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자살한 여성 교사는 1학기 동안 26명의 학부모와 총 1,039회 연락했다. 교사들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 성인의 4배에 이르고 있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교사의 우울증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서현주 저자는 교사 4명 중 1명이 정신과 상담을 받은 적 있다는 통계를 지적한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2016년 이후 동결이던 담임수당을 2023년 12월 53.8%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증명된다. 담임 수당이 한 달에 20만 원이라는 것은 하루에 1만 원꼴, 통상적인 한 반 학생 수가 30명임을 상기할 때 학생당 일 333원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받았던 실제 민원 사례를 통해 한 반에서도 상충하는 다수의 민원을 교사 한 사람이 소화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이초 교사의 사례처럼 앱을 경유한 공식적인 연락 외에도 개인 연락처까지 노출되며 학부모의 공격적인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려 온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함에도 교사로서의 소명과 연금 수령을 포기하면서까지 의원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인터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종사하는 직종이 매우 다름에도 해당 직군의 수직적인 위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왔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슬기 저자가 분석한 바로는, 한국의 간호사 1인당 병상 수는 1,000명당 12.8개로 OECD에서 가장 많으며 OECD 평균 병상 수인 4.3개의 3배를 웃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매년 간호사 1인당 병상 수는 늘어가는 데 반해, 간호 인력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간호사들이 전문적인 간호 인력으로 투입되어 진료를 수행하는 급박한 환경에서도 태움은 수련이라는 이름하에 늘 존재하지만 이의 실체는 구조적인 문제가 야기한 감정적 화풀이다. 심각한 수위로 일상적으로 행해지면서도 견디고 버텨야 할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지는 태움은 간호사들에게 형언하기 어려운 정도의 고통을 준다고 인터뷰이는 회상한다. 과밀 병상 문제와 폭력적인 태움의 복합적인 작용은 간호 인력의 국내 탈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밀 병상과 과밀 학급 이슈는 결국 여성 착취와 잇닿아 있으며, 이는 의료 공공성-교육 공공성 강화와 성별임금격차 해소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서현주 저자는 수동성과 능동성을 초월한 영역에 있었던 여성들의 진로 선택 문제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짚어 냈다. 여성들의 진로 선택은 젠더뿐만 아니라 계급에서도 분화된다. 연진과 사라가 기상캐스터와 화가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데 비해 평범한 세탁소집 딸인 혜정이 승무원을, 동은이 교사를 택한 이유를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을 통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교사, 간호사, 승무원, 방송작가는 전문적인 직능보다 돌봄과 서비스의 수준에서 소환되어 왔다. 이슬기, 서현주 두 저자와 32명의 인터뷰이가 여성의 언어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은 입직 서사는 물론, 우리가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한 퇴직 서사 레퍼런스를 수혈한다. 여성들이 직업을 때려치우기로 선택한 이유는 빼앗긴 삶을 주체적으로 조율하겠다는 선택이자 실천이었다. 지난 11월 무혐의로 종결된 서이초 교사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교사 자살 사건은 재점화되어야만 한다.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이 오늘도 지옥보다 어둡고 두려운 출근길로 걸어 들어가는 여성들을 지금보다 안전하고 차별이 완화된 직장으로 안내할 랜턴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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